K5 500h 시승기

기아자동차 설연휴 시승 행사에 당첨되는 바람에 K5 500h를 몰아볼 기회가 있었다.
차량은 K5 500h 노블레스에 네비게이션 등이 붙은 모델이다. 가격만 해도 3천2백만원이다.
어쨌든, 일 년 반 전(2012년 8월)에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몰아 본 경험과 비교도 해 볼 생각으로 며칠 몰아본 느낌을 적어본다.
(뭐, 요즘 차량들, 가격이 오른 만큼 정말 많이 좋아졌다. 시승차도 마찬가지. 그러니 뻔한 이야기 빼고, 내 눈에 띄었던 이런저런 부분들만 적는다.)

일단 외형..
쏘나타 보다 K5의 디자인을 더 좋아했기에, 외형도 맘에 든다. 기본 휘발류 차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다는 것도 쏘나타 대비 더 맘에 들고. 다만, 조금 과해 보이는 휘장들과 안개등은 개인적 취향이 아니어서 별로. 뒷 범퍼 하단 디자인이 조금 특이하게 바뀌긴 했는데, 아마도 공기역학적 특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디자인임에도 쏘나타처럼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는 건 단점. 차를 오래 소유하고자 하는 경우 생각보다 큰 단점일 수 있다. 질리는 것 보다 심한 지름신은 없거덩.

속살은?
뭐, K5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내용이 변경된 정도? 조금은 과하게 펼쳐전 센터페시아가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역시 쏘나타 쪽 보다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텔레스코핑 스티어링 휠과 운석적도 체형에 맞도록 조절이 가능했으나, 만약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이 없었다면 그렇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운전대 자체는 얼핏 보면 괜찮아 보인다. 살펴보면 조작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은 듯 싶다. 게다가 내 손 크기와 조금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 적응 문제는 아닐 것 같았다는 느낌.
시트는 굉장히 편하다. 그렇게 단단한 편이 아님에도 장거리에 큰 부담이 없는 것 같다. 어깨 지지부분도 편하고. 물론 운전석은 내 체형에 맞게 맞춰서 그런 거고, 다른 위치의 시트는 어떨지 모르겠다. 조수석은 껑충하게 높고 뒷 좌석은 엄청 푹신하더만. 머리나 다리쪽 공간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중앙 8인치 화면으로 제어되는 공조 시스템, 네비게이션, 미디어 플레이어, 라디오, DMB 등은 조금 헷갈리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구식 시스템처럼 한 눈에 모든 상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는 비단 요 차량만의 문제는 아니니 패스. 뭔가 획기적인 UI가 필요한 부분이고 요즘 관심이 큰 분야이니까 몇 년 새에 많이 좋아질 것으로 믿어 본다. 물론 새 차에나 해당되겠지만..
발로 조작하는 주차 브레이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내가 워낙 구식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주차 브레이크를 건 상태도 주행하면 '삐' 소리만 나는데, 이왕 UVO 시스템이 탑재된 상황이라면 음성으로 안내해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방향지시등 등을 조절하는 레버의 조작 느낌이 꽤 맘에 든다. 부드럽지만 확실한 피드백이 맘에 들었음.
예전에 쏘나타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탐이 났던 통풍시트는 겨울인지라 사용 하지 않았다. 헌테 버튼이 영 불편한 위치에 위/아래로 배치가 되어 있다. 보고 조작하자니 기어레버에 시야가 가려지고, 안 보고 하자니 어느 버튼이 운전석 버튼인지 잘 모르겠다. 내부 버튼 배치 중 가장 맘에 안 들었던 부분.
오디오 시스템은 인피니티 로고가 박혀 있는데, 딱히 월등하다는 느낌은 없다. 오디오 소스는 기껏해야 AM/FM, MP3, DVD 정도. (divx, DMB도 있기는 하지만...) 콘서드 DVD를 넣고 음악을 들으며(화면은 자동으로 OFF)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했다. 가장 최상위 모델인데 DVD 재생이 안되는 오디오 데크라... 기존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때는 DVD 걸어놓고 돌아다녔기에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차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파워트레인, 핸들링 등
일단 중량이 꽤 나간다. 1.8톤. 다만 배터리 등의 배치로 앞, 뒤 배분이 좋다. 수치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은 역시 많이 가볍다. 개인적으로 너무 가볍다. 다만, 조금만 속도가 붙으면 적당히 무거워져서 꽤나 편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쏘나타의 첨부터 끝까지 가볍기만 한 느낌보다 훨씬 나았다. 쏘나타 대비 가장 좋았던 것은, 쏘나타는 고속도로 주행시 끊임 없이 조타 보정을 해야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저속에서도 너무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개인적으로 별로…
조작하는 느낌이 좋았다는 것과는 달리 내가 생각한 경로로 차가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과격한 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일반적 차량들의 통행 속도를 유지했음에도 뭔가 정확도가 떨어지는 느낌. 연속된 코너에서는 더 심했는데, 전반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이 너무 강해서 자꾸 코너를 깎아 먹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의외로 차의 무게 중심이 높게 느껴졌다는 것도 맘에 안 들었던 부분. 평소 모는 차와 휠 베이스 차이가 커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엔진과 모터의 동작은 예전 쏘나타 하이브리드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상하게 모터가 개입하는 것이 소극적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때는 출발할 때나 중간중간 EV 모드에서 모터로 구동되는 구간이 굉장히 길었는데, 이번에는 완전 내리막이거나 출발할 때 극초반을 빼고는 엔진이 수시로 치고 들어온다. 덕분에 배터리는 계속 충전된다. ECO 모드로 놓고 있어도 그렇다. 만약 ECO 모드를 해제하면 엔진이 엑셀 전개 초반부터 온전하게 회전수를 높이는 느낌이 확 든다. 어쨌든 어떤 모드라도 모터가 힘을 많이 보탠다는 느낌은 많이 줄어들었다.
어쨌든, 엑셀을 꾹 밟으면 큰 답답함 없이 잘 나간다. ECO 모드에서는 가속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ECO 모드를 껐을 때 느껴지는 가속 감각은 예상 외였다. 중형차가 이렇게 잘 나갔었나하는 싶었을 정도. 계기판 상으로 100~120kmph까지의 가속뿐 아니라 추월을 위한 가속 역시 충분한 힘이 느껴졌다. 물론 연비를 고려하자면, 정속 주행시 ECO 모드를 켜고 달리다가 추월을 위해 가속할 때만 잠깐 ECO 모드에서 빠져 나오는 식으로 운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습관 아닐까 싶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무게 때문인지 120kmph 전후의 정속 주행시 느낌이 과히 나쁘지 않다.  휘발류 모델보다 하나 윗 급의 무게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커다란 휠(17인치)과 넓은 타이어(215R55)는 좋아 보이긴 하지만 딱히 코너에서 몰아 붙일 생각이 없다면 16인치가 연비나 승차감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얼핏 느끼기로는 평소 모는 차보다 승차감각이 훨씬 좋기는 했는데, 차량의 조향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승차감각에 대한 느낌은 별로 없다. 그저 특별한 불만이 없었다는 게 맞을 듯.
예전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할 때도 느꼈지만, 기어 변환을 수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RPM 게이지가 없다는 건 정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기어가 수동 모드로 들어간 상태에서도 EV 모드 주행이 되는데, EV 모드에서 나올 때 엔진에 시동이 다시 걸리고 RPM이 올라가는 속도와 엔진이 클러치로 연결되는 시간의 차이 때문에 차가 울컥하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수동모드를 넣을 거면 RPM 게이지를 넣어야 되고, 아니면 아예 완전 자동변속으로만 운행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HOLD와 1, 2단 정도만 있는 조금 옛날 스타일 자동변속기) 사실 계기판 왼쪽에 나오는 ECO 정보는 왜 있나 모르겠다. 차라리 순간연비가 유용하면 유용했지...

그럼 젤 중요한 연비는?
사실 연휴 기간에 시내 주행할 일이 없어서 고속도로 300km 정도와 국도 50km 정도를 달렸는데, 트립 컴퓨터에는 18.2km/l가 찍힌 채로 반납했다. 초반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살짝 주행하면 10km/l 초반으로 나타나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꾸준히 올라갔다. 기존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몰았을 때 20km/l 이상을 찍기는 했는데 아마 K5 500h도 조금 더 타고 다녔다면 20km/l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 대비 아직은 많이 부족한 수준 같기도 한데... 혹자는 생각보다 낮다고 말하기도 하고...
예전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달리, 연식이 바뀌면서 엔진 개입이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 같기도 한데 어느 설정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모터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걸 선호한다.
그리고... 여름에 시승했을 때와는 달리, 겨울에는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에 시동이 함께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게 자체 예열을 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RPM 게이지가 없으니 엔진 상태를 전혀 알 수가 없어서...) 덕분에 연비가 깎였고...
내 운전 스타일을 생각하면 운행 경로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차량의 공인연비인 16.8km/l는 충분히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무리...
당연한 말이겠지만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차다. 큰 불만 없다. 혹자처럼 플라스틱 재질을 가지고 트집잡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으면서 늘어난 무게는 중량 배분과 무게감 있는 주행에 도움을 준 것 같고, EV 모드 주행으로 인한 정차시 소음 감소와 늘어난 연비도 분명한 이점으로 느껴진다. 물론 가격이라는 장벽이 있다. 현재 어느 제조사나 마찬가지지만,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경우, 그 윗 급의 차를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이니 고민이 될 수 밖에.뭐 , 다들 개인 취향이 있으니 차 크기나 급을 따지는 사람은 K7을, K5의 디자인과 연비 등등을 고민하는 사람은 K5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겠지. 물론 그만한 자금은 당연히 필요할 테고.
가벼운 조향장치, RPM 게이지의 부재, 축소된 듯한 EV 모드 구간은 확실히 아쉬웠던 부분이다. 굳이 다른 옵션이 필요하지 않다면 16인치 휠/타이어 쪽이 여러모로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럼... 나라면 사겠나? 애석하게도 대답은 '아니오'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스티어링이 너무 맘에 안 들어서. 다른 하나는, 구시대적 편견이겠지만, 아직은 수동변속기 차량이 더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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