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2에서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로~


원래는 "쏘나타2 vs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로 하려했는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조금 밋밋하게 바꿨다. 제목에 걸맞게 재미있는 글을 쓸만한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오랜시간 몰았던 차가 쏘나타2와 지금의 라세티 프리미어인지라 차를 바꾸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 정리해 보기로 한다.
조금 두서도 없고 길어지겠지만... 시작해 보자.

차를 변경하기로 맘 먹은 시점은 2009년 여름.
그때까지는 94년식 쏘나타2 SOHC 2.0 수동 모델을 출고 상태 그대로 잘 타고 다녔다.
십 수년간 가족의 차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 준 녀석이었지만,
2009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후차 교체 보조금(?)의 유혹에 못 이겨 차를 교체하기로 맘 먹었다.
사실, 2008년 겨울 이런저런 정비로 유달리 속을 썩이기도 했고, 슬슬 연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기 때문. 게다가 신차 구매의 지름신까지.
당시나 지금이나 출퇴근길은 6km 오르막/내리막의 연속인데, 출퇴근만 할 경우 7~8km/l, 고속도로 정속주행시 12km/l 밖에 뽑질 못하고 휘발유 가격이 같이 올라가니까 슬슬 부담이 되기도 했다. (사실 실연비로 저 정도 뽑으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초기와 비교해 떨어지다보니...)

그래서...
등록비용 포함 1,500~1,9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기아, 현대, GM대우의 준중형 모델을 물색하기 시작.
가능하면 디젤, 수동이 가능하고, 편한 운전자세(핸들 느낌, 위치, 시트)와 높은 연비를 제공하는 모델을 원했기에,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놈들은, 기아 쏘울, 포르테, 현대 아반떼 HD, i30,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정도.

일단 기아.
쏘울은 디젤 수동 모델은 깡통 등급도 없어서 바로 퇴출. 껑충한 운전위치, 빈약하고 불편한 시트, 좁은 후방시야도 선택을 망설인 이유.
포르테는 편한 운전자세, 괜찮은 연비와 실내 디자인으로 디젤 오토 모델을 심각하게 고려했었으나, 결국 수동에 대한 욕구(?)로 인해 퇴출.
다음은 현대.
아반테는 모든 걸 떠나서, 너무 흔하고 못생겨서 바로 퇴출. 어디로 보나 내 취향이 아님.
i30은 일단 디젤 수동 모델이 존재하고, 원하는 선택사양도 가능했다. 무난한 전후방 시야, 무난한 시트와 운전자세를 제공했지만, 기존의 준중형 시트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기억이다. 결정적으로 시승차량이 없어 경험을 해 보지 못했다는 것. 가솔린이든 디젤이든 기본적인 시승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영업사원이 신경을 안 써 주더만...
마지막으로 GM대우.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전시장에 들어갔는데, 실물이 훨씬 괜찮은 라세티 프리미어가 있었다. 당시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사진에서는 뭔가 어색해 보였는데, 실제는 사진에서 보이지 않던 볼륨감이 꽤나 있어서 비호감이 호감으로~
전시차는 최고급형이었는데, 다른 건 다 둘째 치고 운전석에서 잡은 자세가 가장 편했다.
어깨까지 올라오는 긴 등판과 무릎 바로 아래까지 받쳐주는 좌석, 그리고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덕분에 당시 쏘나타2보다 훨씬 편한 운전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일단 여기서 첫 번째 눈도장 팍!
게다가, 가솔린 중간등급(직물시트, 16인치 휠) 오토차량으로 시승이 가능했다는 것. (영업하시는 분 개인 차량이라고...)
당시의 짧은 시승 동안 기존의 차량과 확실히 비교되던 느낌은 다음과 같다.

1. 차의 무게
일단 문부터 묵직했다.
핸들도 묵직하고, 차의 거동 자체도 기존의 차량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쏘나타2가 1,200kg이고 라세티 프리미어는 1,400kg이 넘는다.
지금 타는 디젤 모델은 1,500kg에 육박한다.
하지만, 1,200kg의 차량에 장정 네 명이 탑승한 무거움과는 확실히 달랐다.
거친 도로의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 시트가 몸을 지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 모두가 기존의 가벼운 준중형보다 한 단계 더 진중하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늘어난 몸무게로 인한 가속능력이 문제인데, 내 운전 성향에 오히려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NF 쏘나타와 아반떼 HD의 미친듯한 액셀 반응에 기겁을 했던 터라...)
시승 후 종이로 만든 듯 가볍게 느껴졌던 쏘나타2가 안쓰러웠던 기억이... (다른 게시물에서 언급 했지만, 10년 넘은 쏘나타2의 차체 강성은 좌절 수준...)

2. 시야
쏘나타2의 광활한 시야에 비하면 두꺼워진 필러와 높아진 트렁크 라인으로 인해 시야가 좁기는 했지만, 모두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사실, 그냥 서 있는 차에 앉으면 시야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는데, 일단 주행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승 할 때 깜짝 놀랐던 것은, A, B 필러의 엄청난 두께.
쏘나타2의 앙상한 A, B 필러와 비교 자체를 허용치 않는 두꺼운 필러인 데다가, A 필러의 위치가 상당히 절묘해 의외로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B 필러 역시, 차선 변경을 위해 고개를 돌려 사각을 확인할 때마다 적응이 잘 안 되었던 부분.
애석하게도 i30는 시승을 못 해봐서 비교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반테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3. 승차감
무겁고 단단하지만 충격은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잔진동은 더 잘 잡아준다는 기분이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도 자체 롤링도 거의 없이 시트만으로 몸을 잘 잡아줘 훨씬 편했으니까.
물렁하기만 한 쏘나타2와 거의 완벽히 상반된 승차감으로 차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반테고, NF 쏘나타고, 그렌저고, 모두 기존 쏘나타2의 연장선상에서 보던 수준이었는데, 전혀 다른 차원을 만난 느낌이었달까?
물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드디어 맘에 드는 녀석이 생겼다고 좋아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4. 소음
무게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 엔진과 느린 반응의 자동변속기가 무거운 차를 몰아댔음에도 불구하고 rpm 상승에 따른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 나온 차량이니 당연하겠지만, 이런저런 것을 감안해도 꽤나 조용한 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기야... 쏘나타2도 초기에는 시동이 걸려있는 줄 모를 정도로 조용한 녀석이었지...

어쨌든, 짧은 시승을 마치고, 바로 맘을 굳혔다.
디젤 수동 모델이 있고,
수동 모델로도 원하는 옵션(텔레스코픽 스티어링, 선루프, 가죽시트) 선택이 가능하고,
적당히 괜찮고 질리지 않을 듯한 내/외형,
완벽히 맘에 드는 운전자세,
진중한 승차감,
(진짜 강한지는 10년 넘게 타 봐야 알겠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차체 때문에...

물론 i30와 비교해 연비, 세금, 유지관리, 뒷좌석 공간 등은 부족한 것이 확실했다.
아마 소음이나 잡스런 스트레스도 i30쪽이 좀 적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i30는 이래저래 맘에 완벽히 들지는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만점도, 과락도 없이 모든 부분에서 중상위 정도의 만족도만 전해준 그저그런 차였다고나 할까?

어쨌든 일단 맘은 굳혔는데...
한 달 넘께 디젤 시승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실패.
워낙 적게 팔리니까 알음알음도 안되고...
동호회 같은 곳은 가입하기 싫고...

그래서...
시승한 뒤 약 1개월 후 계약.
디젤 수동 Black&Blue 스페셜(?, CDX 급) + 선루프.
출고되기까지 기존 차량을 팔고, 보험도 다 정리하고, 버스와 자전거로 출퇴근한지 수 주 후.
드디어 2009년 여름 장장 3주의 기다림 끝에 차를 받았다.

출고장에서 디젤엔진에 시동을 걸었을 때의 그 요상한(디젤 승용은 처음이었으니...) 느낌과 사람들의 시선이란...
특이한 색상에, 디젤에, 수동 모델이다보니 엄청 구경하더라는... ㅎㅎ

출발하면서 기존 쏘나타2와의 페달(클러치, 브레이크, 액셀)의 느낌 차이 때문에 가볍게 시동 한 번 꺼먹어 주시고... (엄청 민망... ㅡ.ㅡ;;)
이후 운행하면서 느낀 디젤 수동 모델의 이런저런 차이점은 아래와 같다.

1. 페달 조작
쏘나타2는 100% 아날로그 방식이라 보면 된다.
근데 이게 전부 전자식으로 바뀌었는지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일단 클러치는 쏘나타2보다 무겁고도 깊었고, 클러치의 미트 포인트도 조금 더 깊은 쪽에 있었기에 꽤나 적응이 필요했다.
액셀은 초반 반응이 살짝 느려서 시동을 자주 꺼 먹었는데, 이건 디젤의 rpm 상승이 느려서 그런 건지, 액셀을 밟았을 때 센서가 이를 인지하는 과정이 느린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런 건 시간이 약.

2. 소음
아무리 조용하다고 해도 디젤은 디젤.
잘은 모르겠지만, 2.0리터 디젤 엔진을 쓰는 SUV들보다 조용하고 떨림도 적은 듯 하다.
상대적으로 좀 더 작은 엔진룸으로 엔진을 잘 잡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3년이 지난 지금도 큰 불만은 없는 수준이지만, 엔진이 충분히 열을 받지 않았을 때는 소음과 진동이 꽤 심하다고 느껴지는 만큼 예열을 필수. (음... 사실 이건 가솔린 엔진도 마찬가지지만 진동과 소음의 절대적인 수준이 다르니까...)
엔진과는 별개로...
타이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신경 쓰인다.
시승차는 205/60R16, 내 차는 225/50R17.
아무래도 타이어 특성인 듯 싶은데, 타다가 보면 금방 적응되니 그만이지만, 나중에 타이어 교체할 때는 고려해야 할 사항일 듯.

3. 적응 안되는 rpm + 터보랙
쏘나타2는 DOHC도 아닌 SOHC로 자연흡기 고유의 특성을 보여줬다.
기어비도 통상의 느낌 그대로.
1단으로 2,500rpm이면 속도는 20km.
여기서 2단으로 변속하면 rpm은 1,500rpm으로 떨어지고, 2,500rpm까지 올리면  속도는 40km.
이런식으로,
3단은 1,500rpm에서 2,500rpm까지 40km~60km를 커버.
4단은 1,500rpm에서 2,500rpm까지 60km~80km를 커버.
5단은 1,500rpm에서 2,500rpm까지 80km~100km를 커버한다.
토크는 rpm 증가에 맞춰 리니어하게 증가한다고 보면 된다.
근데...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은 기어비와 터보때문에 조금 애매한 특성을 보여준다.
1단은 1,750rpm에 20km까지,
2단은 1,250rpm~1,750rpm까지, 20km~40km를 커버.
3단은 1,250rpm~1,750rpm까지, 40km~60km를 커버.
4단은 1,250rpm~1,750rpm까지, 60km~80km를 커버.
5단은 1,250rpm~1,750rpm까지, 80km~100km를 커버하는데, 문제는...
최대토크밴드가 1,750rpm~2,750rpm인데다, 터보가 터지는 시점도 1,750~2,000rpm 사이인 것 같다는 점. (터보가 터지는 정확한 rpm을 잘 모르겠다.)
즉, 위의 rpm, 속도를 따라 슬슬 몰고 다니는 구간에서는 특별히 토크감을 느끼기 어려운데다가, 그 구간은 터보랙이 걸리는 구간이라 액셀을 밟아도 반응이 엄~청 느리다는 점이다. 카본 쌓이고 DPF가 자주 동작하는 건 두 번째 문제.
게다가, rpm을 2,000rpm 넘게 올렸다가 기어를 올리면 rpm을 1,000씩 까먹는다.
가까스로 터보가 걸렸다가 다시 까먹기를 반복... 쉽게 말해 터보랙. 이거 엄청 짜증난다.
이럴 때는 rpm을 어느정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오토나, 기어비가 촘촘한 6단기어만 돼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11년형 이후 6단 수동도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단지 6단 항속기어만 추가된 느낌.
궁극적으로는 bi-turbo면 차~암 좋을텐데...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아쉬운 부분이다.

4. 승차감
많이 단단하다. 사실 시승했던 것보다 많이 단단해서 조금 놀랐다.
09년식, 10년식, 11년식으로 갈수록 서스펜션도 조금씩 부드러워졌는데, 사실 그보다는 휠+타이어의 차이가 큰 듯 싶다.
코너에서 막 잡아 돌리는 일이 많지 않다면 굳이 17인치를 고집할 필요가 없고, 205/60R16이 일상생활에 더 맞는 구성인 것 같다.
다만, 11년, 12년, 13년식의 경우 서스펜션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니 17인치도 괜찮치 않을까 싶다. 시승이 꼭 필요해~
[참고]
분명 순정 사계절용 타이어가 225/50R17 휠에 꽂혀있을텐데, 이거 눈길에서는 완전 쥐약이다.
앞머리가 무거우니 늘어난 접지면적으로 인한 마찰력 감소가 덜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눈만 오면 회사가는 길 언덕을 못 올라가기 일쑤고, 빙판 주차장에서는 코너에서 미끄러져 주차된 차를 들이 받아버리기까지...
승차감과 눈길(어쩌면 빗길)까지 고려해서 순정 16인치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돈이 없어서...

5. 가분수에 가까운 무게
쏘나타2 시절에는 통상적인 가솔린 FF 차량의 비율이었다. 평소에는 앞이 조금 더 무겁고, 뒷자석까지 사람이 타고 짐을 실으면 뒤가 확 무거워지는.
반면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은 가솔린보다 무겁기도 무겁고, 앞이 확실히 무겁다.
연비향상을 위해 트렁크, 연료탱크를 거의 비우고 다니는 나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셈.
좀 심하게 와인딩을 하면 뒤가 쉽게 흐르기도 하고, 급정거 시에는 뒤가 조금 뜨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디까지나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고...
재미있는 건, 뒷자리까지 4인이 전부 타고, 트렁크에도 적당히 짐이 적재된 상태의 주행느낌이 더 좋다는 점이다.
일단 디젤인지라 승차인원에 따른 파워부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뒤쪽을 잘 눌러줌으로써 서스펜션의 충격완화 느낌도 더 좋아지고 추종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의 혼자 타고 다니는 나로서는 가뭄에 콩 나듯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인데, 그렇다고 일부러 쓸 데 없는 짐을 싣고 다닐 마음은 없다. 연비가 더 중요해~

6. 디젤 빠워~
사실 막 쏘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디젤엔진의 힘을 100% 느낄 일은 거의 없다.
다만, 거의 혼자 타고 다니다가 4인에 해당하는 무게가 추가되었을 때 힘이 달리지 않는 점은 최고다.
쏘나타2 시절, 특히 여름에 에어컨까지 키고 4인 가족 모두 탑승하고 짐까지 조금 있으면 힘도 힘이지만 연비가 극히 안 좋아졌다. 그만큼 평상시와 비교해 힘과 연비의 편차가 심했다는 것.
반면, 차를 바꾼 이후로는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다.
적재중량이 늘어나도 힘과 연비의 편차가 심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거 굉장한 메리트다.
차를 또 다시 바꾸게 되더라도 다시 디젤을 고려하는 첫 번째 이유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차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가 주고 있다.
내가 그리 민감한 편이 아니기도 하고.
다만, 최소 10년 넘게 타고다닐 차인데, 계속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11년식 이후의 파워트레인 구성(유로 5 + 6단 수동)이라든지, 헤드레스트 분리형 뒷자석이라든지...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던 쏘나타2도 15년 가까이 탔으니, 요놈은 좀 더 타 볼 생각이다.
그 때 즈음 이렇게 남긴 기록들이 추억이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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