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 콜라보레이션? 프로세스?

꼭 우리말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아니지만, 요즈음은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을 들으면 속이 뒤집히려고 한다. 그 중에, 요즘 특히 거슬리는 단어들.

1. Collaborate, Collaboration
연예인들, 특히 음악하는 사람들이 방송에서 많이 떠들어 댄다. 그냥 '함께 작업했다'거나 '공동 작업했다'고 하면 되는 말을 굳이 영어 단어를 가져와 표현할 이유가 있나?
영어 단어를 고스란히 쓰는 것도 아니고, 그걸 또 '콜라보'라고 줄여서 말한다. 니미...
그렇게 말하면 뭔가 더 전문적인 듯 보이고 소속감도 느껴지는 모양이지?

2. Process
뉴스에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을 언급하면서 '프로세스'란 말을 대 놓고 쓴다. 왜 그러나? 문장 전체는 관료적 느낌이 팍팍나는 한글, 한자어로 도배를 해 놓다가 갑자기 영어가 툭 튀어 나온다.
그냥 '절차', '과정' 등으로 표현해도 전혀 관계 없는데, 공식 명칭에 '프로세스'라고 써 놓는 이 몰상식함은 도대체 누굴 탓해야 할까?
더 짜증나는 것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과정에서도 정화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요즘 언론이 아무리 개차반이라고 해도, 이 정도도 기대하지 못하는 건 아닐텐데.

요즘 번화가에 나가 간판들만 죽 살펴도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모를 판이다.
광고판, 상표, 상호 모조리 정체 불명의 신조어 아니면 영어.
부모님과 거리를 다니거나 TV 광고를 보면, 저게 무슨 가게인지 무슨 제품인지 무슨 의미인지 반 이상을 못 알아 들으시겠단다.
귀로는 들리는데 의미 파악이 안 되는거다.
현대차 광고에서 '리브 브릴리언트'라고 하면 뭔 소린지 알겠나? 사실 영어로도 어색한 문장인데?
SK 글자를 가지고 ASK, '이노베이션'이라고 떠들면 뭔 소린지 알겠나? '이노베이션'이라는 말 자체가 형이상학적으로 들리는 형체가 없는 애매한 단언데, 그나마 영어를 못하는 분들이 들으면 정확인 의미는 둘째치고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 아닌가?

혹자는 영어를 더 많이 쓰자고 주장할 지 모르겠지만, 그저 우리말이 좋고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람도 살 수 있어야하지 않나? 한국이 미국의 속국, 식민지도 아니고, 엄연히 우리만의 언어와 문자의 역사가 따로 있는데.
글로벌 시대에 외국과 경쟁하고 어쩌고? 개 풀 뜯는 소리다. 전 국민이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 그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도 아니란 말이지.

그냥 두 단어만 쓰려 했는데, 주절주절 생각나는 걸 다 적어 버렸다.
우리말로 생각하고 대화하는 게 이렇게 힘든 세상이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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