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개를 훔치면 뭐가 어떻게 되지?

갑자기 들이닥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 완벽히 믿고 의지하던 부모도 온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상황파악도 하지 못하는 혹까지 있는데, 가장 심한 절망은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너무나 소설처럼 소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 바로 개를 훔치는 것. 비록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결국은 해피엔딩.
따져보면 그 기간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재기 발랄한 소녀와 남동생의 대화, 행동이 생생히 느껴져 내내 흐뭇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우리에겐 별 것 아닌 일을 어린아이가 끙끙대며 세상의 종말인 양 고민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분명히 작가의 능력을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책을 두 번째 읽을 때는 그리 흐뭇하지만은 않았다.
아무런 보수 없이 도움을 주는 존재와 너그러운 이웃의 우연치 않은 등장도 비현실적인 데다가, 결국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최악으로 떨어지던 인생의 곡선이 겨우 평행을 잡았기에 좋아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이야기가 끝난 것 뿐이다.
어찌 되었든,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무티'라는 비현실적인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전한다. '때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의 발자취가 더 중요한 법이야', '내게 돈이 필요한 것보다 세상이 내 힘을 필요로 할 때가 더 많으니까'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노골적인 '교훈'을 과연 어린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새삼스레 고민이 된다.
자연스럽게 유교적 가치관이 교육되는 우리나라와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기독교적인 미국의 가치관이 주입방식이 비교되는 장면이다. 좀 더 우회적인 우리네 의미전달과 달리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미국식 의미 전달에도 거부감이 있고. (이런 거부감은 '개인의 희생'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주입하는 미국 영화들이 최고지 싶다)
어른의 눈으로, 두 번 읽으면서 오만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가볍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미국식 생활양식을 제대로 머리로 그려내지 못할 한국의 어린이들이 내용을 완벽히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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